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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테니스 라켓 부쉈다. 뭐가 문제인가? 본문

테니스 선수

권순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테니스 라켓 부쉈다. 뭐가 문제인가?

Tennis Buff 2023. 9.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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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단식 2회전 경기에서 권순우 선수가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세트스코어 1-2 (3-6, 7-5, 4-6)로 패했습니다. 경기 후 권순우 선수가 라켓을 부수고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하고 퇴장했습니다. 어론은 권순우 선수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살펴보면 권순우 선수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심판이 태국 선수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경기를 엉망으로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국이 아시안 게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놓고 적반하장으로 선수 탓을 하고 있는 겁니다.

라켓을 부수는 권순우 선수
권순우 선수의 분노 폭발

 

자격 미달 심판을 세운 항저우 아시안게임

  • 1회전을 부전승으로 올라온 권순우는 1세트에서 몸이 풀리지 않아 3-6으로 세트를 내주었습니다. 1세트 후 태국 선수는 화장실에 가서 약 10분 동안 돌아오지 않습니다.
  • ATP 규정에 따르면 세트 휴식 시간에 선수는 화장실에 들어간 후 최대 3분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3분간의 화장실 휴식 시간 외에 옷을 갈아입는 데 2분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것도 선수가 주심에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ITF 규정에도 2분의 시간을 주고, 미리 허락을 받았을 때 최대한 10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선수가 허용된 시간 내에 다음 세트를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 위반이 적용되고, 페널티를 받아야 합니다.  
  • 시간 위반은 세트 혹은 경기까지 몰수할 수 있는 중대 위반입니다. 최소한 한 게임이라도 페널티를 받거나 경고를 받아야 합니다. 권순우 선수가 몰수승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심판은 태국 선수에게 아무런 페널티가 없이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 권순우 선수가 고전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관중들의 비매너 때문입니다. 권순우 선수가 서브를 넣을 때 야유를 하거나 소음을 내었습니다. 심판은 선수가 서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심판은 경기장 관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운영진이 테니스 경기에 미숙한 심판을 세운 것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운영이 얼마나 수준 낮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입니다. 
  • 2세트에서 권순우 선수가 컨디션을 찾아 앞서 나가고 있을 때, 태국 선수는 메디컬 타임을 요청합니다. 경기 당 한번 메디컬 타임 3분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선수의 권리입니다. 실제로 아팠든지, 전략적으로 메디컬 타임을 사용하든 괜찮습니다. 그러나 3세트에서 권순우 선수가 4-5로 쫓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태국 선수는 다시 메디컬 타임을 요청합니다. 심판은 이것을 받아주면 안 됩니다. 규정상 한 경기에 한번 만 3분 메디컬 타임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판은 태국 선수의 요청을 받아주었고, 권순우 선수의 상승 흐름을 끊었습니다. 
  • 권순우 선수가 항의를 하자, 중국 관중들은 권순우 선수에게 야유를 퍼부었고 심판은 항의를 무시했습니다. 이후 태국 선수는 서브를 넣었고, 멘털이 흔들린 권순우 선수는 서브 리턴에 실패를 합니다. 
  • 권순우 선수가 태국선수의 심리전에 휘말린 게 아닙니다. 심판이 태국 선수의 규칙 위반에 아무런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망쳤기 때문에, 권순우 선수가 심리적으로 무너진 사건입니다. 저질 심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권순우 선수의 잘못은 무엇인가?

  • 권순우 선수가 라켓을 부순행동은 잘못일까요? 네, 잘못입니다. ATP는 라켓을 부수는 폭력적인 행동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가 네트 기둥에 라켓을 후려치는 행동 때문에 약 1,000만 원의 벌금을 받았습니다. ATP 경기는 아니었지만, 권순우 선수도 대한체육협회에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일까요? 네, 비매너입니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도 상대방과 인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가끔 나옵니다. 물론 비난받습니다. 태국 선수의 규칙 위반과 심판의 무능한 경기 운영으로 피해를 본 것은 권순우 선수입니다. 비난을 각오하고 항의하는 의미로 악수를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하게 경기를 빼앗긴 상황에서 비매너를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를 빼앗겼는데 억지로라도 매너를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웃깁니다.
  • 29일 권순우 선수는 태국 선수를 찾아가 사과를 했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국가대표로서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사과를 했습니다.
  • 저는 왜 대한체육회가 권순우 개인에게 책임은 물으면서 심판의 판정에 따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국제대회에 미숙한 심판을 내세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운영진에 있다고 항의를 하며, 선수를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국가대표 책임은 짊어지게 하면서 왜 국가대표답게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않는 겁니까?

권순우 사과문

한국 언론의 기레기짓

  • 중국과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권순우 선수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중국 언론은 자기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져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분에 못 이기는 행동을 했다고 썼고, 한국 언론들도 이와 같은 논조로 기사를 내고 있습니다.
  •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권순우 선수 비난 일색입니다. 테니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 눈에는 라켓 부수고 악수 거부하는 모습이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거겠죠. 그러나 뉴스를 쓰는 기자라면 전후 상황을 확인하고 테니스 경기에서 심판의 경기 운영과 태국 선수의 꼼수가 어떤 것인지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편파적으로 한국을 비난하고 있는 중국 언론 기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 권순우 선수가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한국 테니스 에이스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성을 따지자면 톱클래스입니다.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끝까지 인사하고 성의껏 사인해 주는 선수입니다. 손해 보는 상황에서도 싫은 소리도 잘 못해서 순둥이라고 불립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빛을 못 보고 오랫동안 우직하게 실력을 쌓아서 지금에서야 빛을 보고 있는 성실한 선수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순둥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온갖 비난을 다 감내하고 있을 것입니다.
  • 심판 때문에 경기를 빼앗긴 국가대표 선수에게 나라망신 시키지 말라고 선비질하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은 어느 나라 뉴스인지 모르겠습니다.